벚꽃 경주 여행 , 황리단 길 1박 2일 또는 당일코스
오랜만에 휴무를 2일 연달아 쓰게 되어 정말 너무도 가고 싶었던 경주를 가게 되었다. 비가 온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괜찮을 것이라며 스스로 위안을 하며 출발을 했다. 경주는 내가 어릴 적 살던 부산과 아주 가까워 학교에서 수학여행, 소풍 등으로 자주 방문했었던 지역이었다. 머리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경주월드, 보문호수 등을 보러 갔다 펜션에서 놀다가 돌아왔던 기억이 남아있다.
상경 후 가본 지 너무 오래된 경주가 문득 생각나 행선지를 경주로 정하고 출발했는데 가는 길 내내 비가 와 운전하기에 굉장히 피곤했다. 천천히 안전하게 가느라 약 5시간이 걸렸다. 내가 경주로 간 가장 큰 이유는 인스타그램에 뜬 경주 벚꽃 명소 때문이었는데 이 정도 비면 벚꽃이 다 떨어지고도 남겠다는 생각에 조금은 우울해했었다. 아주 짧은 1박 2일이어서 한 번의 밤, 한 번의 낮 밖에 누릴 수 없기에 많이 아쉬웠다.
경주 여행 1박 2일 일정
첫째 날 : 서울에서 경주로
미리 예약해둔 숙소를 목적지로 검색하고 갔었는데 들어가는 길을 못 찾아 같이 가 준 여행 동반자들이 친절하게 가르쳐준 덕에 약 두 바퀴 정도는 돈 후 길을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우리의 계획은 숙소에 도착 후 경주 중앙시장에서 열리는 야시장에 가 이것저것 먹은 후 밤을 보내고 다음날 일찍 일어나 대릉원과 동궁과 월지 주차장 옆 철길에 가서 벚꽃을 만끽한 후 황리단 길을 구경하고 3,4시쯤 다시 상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비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씨인 경주에 도착한 우리는 너무 거리가 먼 야시장보단 숙소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되는 황리단 길을 방문하기로 했다. 우산을 쓰고 황리단 길로 걸어가다 경주스러운 버스정류장을 보며 신기해하고 '신라대종'을 발견하고 잔뜩 사진을 찍었다. 추웠지만 웃음이 계속 나오는 여행의 시작이었다.
황리단길에 도착했을 때 8시 반이었기 때문에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는 상가를 볼 수 있었다. '경주스러운' 음식점을 찾아 헤맸지만 여의치 않았고 골목길을 돌다 돌다 파전을 파는 집을 찾아 들어갔다. 안에는 사람들이 많이 북적이고 있었고 특유의 사투리도 많이 들렸다. 파전과 함께 나는 막걸리를 먹었는데 태어나서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청포도 막걸리'를 먹게 되었다. '청포도 막걸리'는 문방구에서 많이 팔던 청포도 왕사탕 맛이었다. 두 번은 먹지 않을 것 같다.
1차를 먹고 나온 우리는 술이 적당히 취한 채 황리단 길에 있는 4컷 사진을 찍으러 들어갔다. 모든 것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행복이 가득한 날이었다. 그러곤 와인이 꽂히는 날이라며 분위기 있는 술집을 찾고 있었는데 같이 간 오라버니께서 '신라대종'을 본 그곳 근처에서 와인바를 본 것 같다며 그곳으로 가자해서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친 거리였는데 그 짧은 순간을 본 그 오라버니가 정말 대단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정말 멋있는 와인바가 있었다.
오라버니는 익숙한 가게인 양 들어가셨는데 그게 또 신기하고 웃겨서 한참을 웃었다. 난 정말 30년을 살면서 그렇게 분위기가 따스하면서도 세련된 와인바는 처음 가봤다. 그 와인바 때문에 여행기를 적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와인바에는 나이 드신 사장님, 사모님이 계신데 두 분 다 깔끔한 와이셔츠에 까만 앞치마를 입고 계신다. 외국에 온 느낌이 들었다.
위치는 아래에 첨부한다. 경주에 가서 꼭 들려보길 추천한다. 정말 강추!!!!
우리는 피자와 함께 추천해주실 만한 가볍고 달달한 와인을 부탁드렸다. 와인이 먼저 나왔는데 웬걸 진짜 너무 맛있었다. 맛있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였다. 서울에서 비싼 와인도 많이 먹어봤었지만 하나같이 떫고 독한 느낌이었는데 이 와인은 달랐다. 비 오는 경주와 너무 잘 어울리는 와인이었다. 우리 모두 계속해서 '너무 좋다. 정말 좋다. 행복하다'라는 말만 계속했던 것 같다. 건강한 느낌의 피자도 정말 맛있어서 내 입맛에 찰떡이었다.
와인 한 병을 다 비우고 다시금 드라이한 떫지 않은 와인으로 추천을 부탁드렸는데 두 번째 와인도 대 성공이었다. 사모님께서 누군가와 한참을 통화하시면서 와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시는 것 같았는데 그 마음 씀씀이도 너무 감사했다. 게다가 경주는 코로나 19 단계가 조금 완화되면서 업장에 대한 제한시간이 풀려있어 12시 가까이 먹었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갔다.
둘째 날 : 경주에서 서울로
우리가 묵었던 숙소는 황리단 길 5분~10분 정도 걸리는 호텔이었는데 TVN에서 방영했던 '강식당'의 스텝들이 묵었던 숙소라 곳곳에 '기묘한'이라는 캐릭터가 있었다. 나는 TVN '신서유기'의 애청자로 '기묘한'을 너무 잘 알고 있어 반가웠다. 숙소는 나름 깔끔했는데 방음은 잘 되지 않는 것 같았다. 새벽 내내 위층과 옆방의 술 먹고 떠드는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 숙소는 신중하게 선택했어야 했는데 후기를 읽어보지 않고 결제한 나의 죄가 컸다.
체크아웃 시간이 다 되어서 일어난 우리는 얼른 준비해 동궁과 월지 옆 주차장으로 출발했다. 날씨는 여전히 흐렸고 바람 또한 계속 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가 그쳤다는 것.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벚꽃 명소는 온데간데없었다. 비바람으로 인해 앙상한 핑크색 벚꽃나무의 가지들만 남아있었는데 그 마저도 추억이라며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사람이 아주 많을 줄 알았는데 날씨 덕분에 아무도 없었다. 편하게 강풍을 만끽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딱히 건질만한 사진은 없었다. 동궁과 월지는 추위 때문에 건너뛰기로 하고 덜덜 떨며 차에서 경주 맛집을 검색했다. 로컬푸드가 먹고 싶었는데 평점이 하나같이 안 좋았다. 같이 간 세명 다 메뉴를 정하지 못해 결국 다시 맛집이 많다는 황리단 길로 갔다.
깜깜한 밤에 보던 황리단 길과 낮에 보는 황리단 길은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사람도 굉장히 많았고 확실히 활기가 넘쳤다. 지난밤과 같이 한참을 헤매다 결국 인스타그램에서 맛있다고 했던 텐동 집에 가게 되었다. 점심시간이 겹쳐 대기를 30분 정도 했는데 음식은 맛있어서 만족스러웠다. 인스타그램에서 광고를 많이 하는 '10 원빵'은 도저히 줄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 포기하고 예쁜 옷가게, 소품샵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마지막으론 황리단 길에 있는 카페에 들려서 여행을 마무리하는 이야기를 나눴다.
벚꽃 보러 간 경주 여행, 짧은 1박 2일 후기
여행을 다녀온지도 벌써 2주가 지나가고 있다. 휴대폰에 가득한 경주여행 사진을 보면 다시금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벚꽃 보러 간 경주였지만 힐링을 제대로 하고 온 것 같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감성이 있는 경주. 중, 고등학교 때는 몰랐던 경주의 매력을 재발견한 듯하다. 같이 여행 간 동반자들이 너무 좋아서 가는 길, 오는 길이 정말 험난했지만 잘 버텼던 것 같다. 경주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또 하나 만든 것 같아 행복하다. 경주, 짧은 여행으로도 긴 여행으로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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